준법투쟁
이명박 다음 대통령으로 민주당에서 나온 정동영(...)이 되었다고 해보자.

이병박은 합법적으로 다음과 같이 할 수 있다.

1. 자료를 모두 국가기록원에 넘기고 중요 자료들을 기밀로 분류해서 걸어둔다.

2. 보안규정을 만들어서 '사사로운 자료의 이관'을 금한다.

3. 마찬가지로 보안규정에 따라 하드디스크를 폐기한다.

4. 국회에서 대통령이 자료열람을 요청할 경우, 자당의 국회의원을 동원하여 배를 짼다. 핑계는 수도 없이 많으며, 유사시 이것에 '도장'을 찍어준다는 이유로 정치적 협상을 요구할수도 있다.


지금 이명박이 당하고 있는 것에서 딱 하나 차이가 있다면 4번이 '자연발생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가 꼬인 것은, 일단 당해본적이 없어서 이명박은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게 첫번째고(노무현 정부가 어떤 내부 보안규정을 만들었는지 누가 관심을 갖는단 말인가? 이명박정부가 내부 보안규정을 만들면 관심을 가지실분?) 따라서 지난 회기가 끝나기 전에 대응하지 못했으며, 어차피 총선이 있어서 대응할수 없었을 것이다. 두번째로 촛불집회와 친박연대 때문에라도 국회가 열리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오만'했던 것은 사실이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니 그 '오만'을 '노무현 정부'가 '징벌'했어야 하는건 아닐 것이다.

우리가 공무원들의 '규정 운운' 학교 직원의 '규정 운운'에 얼마나 많은 짜증을 내는가? 그런데 그 상황에서 우리가 '규정을 지키지 않은 내탓이요' 라고 이야기 하나? 보통 '이런 비 현실적인 규정 XXX!'라고 표현하지. 나로서는 이번 경우에 대해서 이명박쪽에 조금 더 손이 가는건 어쩔수 없는데, 내가 회사에서 수시로 겪는 '알수 없는' 규정들과의 전투가 눈에 보여서 그렇다. 그렇다. 모른놈이 바보다. 맞는 이야기다. 그러니 우리는 이명박 정부에게서 혹시 정권을 빼앗아 왔을때, 그때 이명박 정부는 지금의 노무현 정부보다 좀 더 '유들 유들'하기를 조석으로 기도해보자.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한 일련의 프로세스들을 그래도 인정하시는 분들은 이명박 정부가 하면 그것도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으신지? 나는 그것을 인정할 생각이 없는 관계로, 노무현 정부도 깔수 밖에 없다. 나는 혹시라도 다음에 진보세력이 정권을 잡았을때 '잘 모르는 전산 시스템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분류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자료들, 그리고 내 태도가 나쁘다는 이유로 비 협조적인 전임자들'을 맞이하는 사태가 오지 않기를 절실히 바란다.
by sprinter | 2008/07/11 09:14 | 트랙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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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지나가던이의 스쳐지나가.. at 2008/07/12 18:46

제목 :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트랙백 해주신걸 보고 이런저런 생각이 난걸 주말에 좀 시간이 난 김에 써보려 합니다. 두서가 없는 글일 테니 참아주시길.. ^^- 먼저 노무현 정부의 내부원칙에 대체 누가 신경을 쓰겠냐고 하셨는데 내부원칙이 아니라 법이죠. 작년에 한나라당도 동의해 통과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일부 기록물에 보호기간 지정하고 나간 건 이에 따른 겁니다. 이명박측이 여기에 신경을 안 썼다면 회사의 경우로는 상법이나 세법을 신경......more

Commented by 행인1 at 2008/07/11 09:18
전임자의 준법투쟁이라... 열받을만은 하군요. 믿을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7/11 09:19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다음 정권에게도 동일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8/07/11 14:54
노무현이 이런 일을 예상하고 징벌을 준비했겠습니까. 그런 예지력이 있으면 2MB가 정권을 잡을 리 없죠. 이번 사태는 오만한 2MB에 대한 '천벌'이라고 봅니다 -_-;
뭔가 도움이 될 만한 중요 자료는 기밀로 묶어놔서 갑갑하긴 할텐데, 그 자료들을 몽땅 청와대에서만 만든 게 아니라면 분명히 여러 정부 부처에서 뒤져보면 사본이 다 나올텐데요. 가령 인사 자료 같은 경우 이지원이 아니라 별도의 서버에서 관리했다는데요. 물론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 되겠습니다만 2MB가 제대로 일할 마음이 있으면 손 닿는 데 말고 다른 데에 있는지 진작 찾아봤어야 했을 듯 합니다. 저로서는 2MB가 핑게 대는 걸로 보이는군요.
이번 일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으면 분명히 염려하시는 사태가 재현될 겁니다.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7/11 15:03
어떤 자료가 '있는지'를 알면 당연히 뒤질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자료의 '존재유무'조차 모른다면, 당연히 '뒤지'는게 불가능하지요. 이명박의 손발을 묶어둔 상태가 과연 '대한민국'에게 그렇게 좋나요? 의회정치로 '견제'하면서 손발을 묶어야지, 그가 가져야 할 정보를 가지지 못한것이 과연 좋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군요. 이건 노무현 정부에서 만든 일련의 보안책과 그 대응이 결과적으로 '삽질'로 이어질수 있다는, system failure로 봐야 하지요.

제가 이명박이라면 다음 정부에게 동일한 천벌을 내릴 것입니다. 매 5년마다 서로 이런 천벌을 교환해야 하나요? 그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이명박이 '나쁜놈'이라고 욕하다가, 이럴때만 '나쁜놈이 아니기'를 기대하는 것도 곤란한거 아닐까 하고 생각해요.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8/07/11 15:24
어떤 자료의 존재유무를 모를 수가 있나요. 이번에도 청와대 쪽이 주장하는 게 "이런 제목의 자료가 있다는데 왜 우리가 못 보냐" 이거 아닙니까. 자료를 생성했으면 아무리 일급 비밀이라도 그 제목을 담은 리스트가 있어야 합니다. 일단 각 부처에 지난 5년동안 생성한 자료들 목록 뽑아오라고 하고, 그 목록에서 필요한 자료들을 골라서 사본을 받으면 될텐데요. "청와대에 올라가서 결재받은 기밀 자료는 각 부처에서 사본을 즉시 폐기하고, 백업은 없다"고 한다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누가 대통령 자리에 있든지 기본적으로 해야할 일도 못하게 하기를 바라는 한국 국민은 없을 겁니다. 제도가 문제가 있다면 이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선하기를 바랍니다.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7/11 15:34
당연히 모릅니다.

그래서 삽질을 한참 합니다. 나름 아는 만큼 생각해서 자료를 만들죠. 그리고 전문가에게 보여줍니다. 그럼 전문가가 이러죠. 'XXX자료도 못보셨어요?' 왜 처음부터 전문가에게 묻지 않느냐고 하신다면, 원래 이런건 기본 작업을 해서 '검수'를 받는겁니다. 어떤 전문가들도 처음부터 조언하지는 않죠.

이런 문제가 아니라도 자료를 찾아도 그냥 안 나올수도 있습니다. 그냥 안나올수도 있어요. '반드시' 나오라는 법은 없습니다. 아래놈들이 '성실하게' '보안'을 지켜서 자료를 파기했을수도 있고, 기밀 사항이라서 하급기관에는 가지 않았을수도 있지요. 기억만 가물 가물한데 못찾았을수도있고.

대한민국의 모든 하급기관들이 그 자료를 찾는데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하드를 파기할 정도로 '보안의식'이 철저한 노무현 정부라면, 하급기관들이 자료를 '갈아 엎'었을수도 있죠. 누렁별님은 하드 파기 이야기 나오기 전부터 '하드 파기'를 예상하셨나요? 우리가 생각하는것 이상 보안 의식이 철저할지도 모릅니다.

요컨데, 자료는 실제 없을수도 있고, 찾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수도 있으며, 자료가 '있더라' '봤더라' 라는 사실만 알지 결과적으로 중요한 실제 문건은 없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명박 정부를 그걸로 까면 안되죠.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8/07/11 16:10
2MB 정부만 까자는 게 아니라, 만약 sprinter님 말씀대로 정부기관에서 자료관리를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있다면 이건 누가 대통령이든 상관없이 또다른 심각한 문제입니다. 가령 보고서 1권만 달랑 있고 사본 같은 건 전혀 없고 그 존재 사실을 오직 대통령만 알고 있는 초특급 기밀 문서 같은 게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건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이고, 정부기관에서 문서를 작성했으면 취급 인가나 보존 기간 등이 명시되어 있을텐데, 있어야 할 문서가 없어지고 폐기되어야 할 문서가 존재한다면 그 문서의 관리자가 법적으로 책임져야 될 일이죠. 어느 정도 중요하다면 보존 기간이 5년보다 짧은 문서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텐데 그 문서를 생성한 하급기관이라면 대부분 사본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겁니다. 보안 규정을 잘 지키는 건 칭찬받을 일이지만, 법적으로 지금 존재해야 할 문건을 대통령이 가져 오라면 하급기관이 목숨 걸고 찾아 내야죠.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7/11 16:12
누렁별 /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누렁별님이 생각하시는 모든 판단은 '사후적 판단'이라는 것입니다. 당시의 이명박정부가 지금의 상황을 예측하고 모든걸 시도하는게 아니에요. 처음에는 중요한게 빠졌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작업을 하고, 한참 있따가 지적을 받고, 그리고 금방 찾아질지 알아서 대략 찾아보고, 그러다 안되니까 위기감을 느끼고, 그러다가 이게 다 그놈들이 자료를 빼가서 그런거야, 라는 망상으로 일부 발전하는 과정은 절대 '기괴한' 과정이 아닙니다.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8/07/11 16:37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게 '당위'일 뿐, '현실'과는 괴리가 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2MB 정부가 망상에 빠져서 기괴한 언행을 보이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죠.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노무현이든 2MB든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현 정부는 남 탓 그만하고 좀 더 합리적이고 책임있는 대처를 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7/12 06:42
맞는 말씀입니다. 지금이라도 국회를 동원해서 자료들을 해금하고 정리를 할 필요가 있겠죠.
Commented by Frey at 2008/07/12 00:33
어제도 했던 말이지만, 이건 노무현 정부에서는 정보를 다 넘겨주겠다고 했는데 인수위에서 '그딴거 필요없으니 즐쳐드셈'이라고 했다가 후회하는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7/12 06:41
왕 후회하고 있겠죠. 조낸 오만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추어들이나 하는 짓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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