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의 힘을 뺄게 뻔한 몇가지 뻘소리

1. 내가 아는 연구자들은, 내 경험 한도내에서 전통, 박통을 좋아하는 비율이 다른 집단에 비해서 높았다. 그분들이 전부 영남 출신이라서 그런건 아닐 것(그럴수도 있겠다.)

2. 과학자들은 항상 이야기 한다 : 우리에게 자유로운 연구비를 달라. 우리가 연구하리라. 그것이 제일 성과도 높다. 사실틀린말도 아닌데, 실제 연구비에 대한 간섭이 적은 NRL등의 정부과제가 상대적으로 연구성과를 더 내는 것으로 - 물론 대부분은 설문조사에 의한 것이지만 - 집계가 되고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3. AT&T의 경우, 벨 연구소를 위와같이 운영하였다. 벨 연구소는 노벨상급 연구를 무지 많이하고 실제 노벨상도 받았으나, 그 많은 기술들은 AT&T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였고, 끝내 그것으로 돈을 번 것은 소니였다.

4. 3번의 경험에 의하여, R&D는 점점 더 '시장친화'적이 되어갔다. 돈 내는 입장에서는 3번의 상태가 얼마나 곤란하겠는가? 그러니 돈 내는 사람들은 철저하게 R&D를 본인들의 목표에 '종속'시킨다. 4세대 R&D의 핵심은 '소비자, 마케터, 매니저, 연구자'의 연합이며, 사실 이건 근본적으로 '소비자'에게 연구자들을 종속시키기 위한 방법론이다.

5. 따라서 연구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할 것이나, 그런게 가능할리가 없다. 따라서 그들은 꿈을 꿀 수 밖에 없다. 어딘가에 '철인'이 있어 이 연구들의 가치를 '알아'주고 '경제학에 기반한 민주적 결정'이 자기들에게 손을 댈 수 없게 만드는 바로 그것! 그것은 '독재'이든지, 아니면 '냉전'이든지. 물론 연구자들의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그런걸 원하는 케이스는 많지 않으므로 입장이 근본 '애매'해 지는 것은 어쩔수 없다.

6. 연구자들은 '누군가의 영향'을 받는 것은 매우 싫어 한다. 그러나 그들은 '남의 돈'을 받아서 연구한다. 시장은, '남의 돈'을 받는 사람은 '남의 의지'를 반영하라고 한다. 그러니 연구자들은 '시장 논리'와 '경제 논리'를 싫어한다. 그런데 독재와 냉전을 제외하면 과연 '중소기업 지원하는대신 당신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라' 라는 질문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아마 그것을 피해간 모든 연구들은, 분명히 '돈 대는 사람'에게는 손해를 끼치는 연구가 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어쩔지 몰라도.

7. 워크샵을 와서 드는 생각은,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언젠가 이 연구가 세상에 나와서 시장에서 '팔릴'것을 고려하라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걸 전제로 하는 NABC 워크숍을 당연히 싫어할 수 밖에. 그러나 생각해 보자. 그럼 그러는 연구자들은 과연 '정부의 니즈'는 제대로 충족하고 있을까?

8. 연구자들이 남의 돈 먹는 것을 너무 쉽게 본다는 것이 사실 제일 큰 약점이다. 뭐, 나도 그건 마찬가지지만.

9. 순수과학 강국 러시아는 사실 밥 벌어 먹기 힘든 독재 국가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_-;;;

10.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결론은, 남한 정부는 굳이 기초연구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 해서 뭐하게? 대부분의 기초연구는 20~30년 뒤에나 의미를 가질 것이며, 그때쯤 되면 이미 특허권이 끝났거나 처음부터 전유성이 없는 연구결과(논문으로 나왔다든지) 이거나 해서 분명이 연구를 한 그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 쓰고 있을 것이다. 양키들이야 세상을 지배하니 그런걸 연구하고 '뿌려'야 하겠지만, 남한이 '남한 혼자 먹을수 없는' 연구를 꼭 해야 하는지는 많은 의문이 있다. 정부 R&D가 1년에 10조쯤 되는데, 상대적으로 고학력인 연구자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들에게 돌아갈 지원을 깎아 먹고 있지 않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다. 나는, 부시가 말한대로,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정부가 연구를 꼭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심각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by sprinter | 2008/07/18 13:10 | 트랙백(1)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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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무제 at 2008/07/19 20:10

제목 : 원천기술의 부족?
과학자들의 힘을 뺄게 뻔한 몇가지 뻘소리사실 남한의 기업들은 원천기술이 '없'다. 일본 기업들이 삼성하고 크로스 라이센싱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할 정도. NABC 컨설턴트에게도 물어봐도, 원천기술이 극단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은 눈에 금방 띈다. 실제 이러한 모습은 장기적으로 삼성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그 원천특허를 가진 기업들이 반드시 마켓쉐어 1등인가? 물론 최근에 순이......more

Commented by nishi at 2008/07/18 13:33
이런 이야기가 실명으로 이루어진다면 그야말로 양심선언 아닌가요;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7/19 13:22
별로^^;; 사실 공무원들이 이미 다 아는 이야기이지 말입니다;;;
Commented by Ha-1 at 2008/07/18 13:35
음 그런데 그 반대의 워크샵은 상상하기 어려울 듯? ^^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7/19 13:22
저도 상상은 안됩니다;;;
Commented by ND at 2008/07/18 13:35
무서운 이야기군요. -_-;;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7/19 13:22
정확하게는 연구자들만 그러는게 아니라능;;;
Commented by sonnet at 2008/07/18 15:03
제 지론인 무임승차론이군요.

이 문제를 는 결국 수요와 R&D간의 관계에 대한 경험적 증거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개념적으로 구분해 보자면,
supply push, 즉 R&D의 결과가 없던 수요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반대로 demand pull, 어떤 수요가 있어서 그게 R&D를 진행하게 만드는 동력이 될 수도 있는데 위 이야기는 demand pull이 주도적일 때는 설득력이 있지만, 반대로 supply push가 주도하는 상황이라면 설득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과거의 어떤 발명이나 기술개발 과정을 분석해봤을 때, 이게 supply push인지 demand pull인지를 구분하기도 어렵거니와, push:pull=7:3 이라든가 하는 식의 정량적 분석은 더더욱 어렵다는게 골치입니다.

현재 제 생각은 이 문제는 Research와 Development를 뭉뚱그리면 더 혼란스러워진다는 것입니다. 결국 Research에 가까울수록 supply push이고 Development에 가까와질수록 demand pull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7/18 16:22
아직까지 supply push가 존재했다고 증명된 경우는 또 없습니다. push라는 단어에 충분히 의미를 부여한다면 말이지요. 그냥 supply side에서 발명된 발명들이 '널려'있다는 의미라면 의미를 가질 것 같습니다만.

특히나 demand pull의 경우 사전적 정의가 대략이나마 가능한데 비해서, supply push는 사전적으로 정의가 어려우니, 곤란하지요. 대략 나노과학이 supply push라고 불렸었는데, 실제로는 push가 없다는게 합의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대략 4~5년 전만 해도 나노분야와 Bio 분야의 supply push를 인정했는데, 지금은 별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이지요. 30년뒤에야 '이게 supply push 였구나'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결정권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Ha-1 at 2008/07/19 12:06
supply push의 대표적인 사례들은 '패션계'에서 찾아 볼 수 있지요.....
Commented by sonnet at 2008/07/19 20:28
원자력이 대표적인 supply push입니다. 모든 종류의 spin off는 supply push로 정의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처음 발명의도와 다르게 전용되거나 응용되는 사례는 아주 많으니까요.

그리고 결정권자가 상황이 아주 불확실하다고 느낄 때, 특히 개별 프로젝트와 결과간의 상관성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고 느낄 때의 대안은 소위 total-market portfolio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걸 조금씩 다 해보면서 평균수익률을 따라간다는 식의. 이것은 투자를 아예 안 하는 것과는 다르고, 실제로 여러 나라에서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7/19 22:22
원자력도 어떻게 생각해 보면 demand pull이죠. 전쟁이라는 수요 때문이니까요, 물론 그 이후의 이용은 supply push에 가까울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리고 supply push라는 개념을 너무 광범위하게 쓴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습니다. 왜냐면 supply push는 매우 사후적인 개념인게 첫째이고...

두번째는, 과학기술계는 이미 supply push라는 개념을 '사전적'으로 적용해 보고자 했습니다. 대표적인게 '나노'와 '바이오'이지요. 과학기술을 연구를 하고 자료를 쌓으면 그것이 언젠가는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개념입니다만, 그러나 현재까지 이 둘에서는 어떤 '성공' 사례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또는 이미 존재하는 제약산업의 수요를 충족 시킬 경우에만 성공하고는 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supply push는 사후적인 설명의 개념에 불과하고, 나중에 뒤돌아 보면 supply push라고 생각해 볼수는 있습니다만, 그것에 기반해서 어떤 '전략'을 세울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지요.
Commented by 홍월영 at 2008/07/18 16:00
이 글 영남 출신 살짝 기분상합니다.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7/18 16:22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8/07/18 16:35
혈세로 먹고 살면서 납세자들에게 고마워 하지 않는 자들에겐 지원해 줄 필요가 없죠. 그런 자들의 궁시렁궁시렁은 일고의 가치도 없습니다.
나라 돈이든 독지가의 지원이든, 남의 눈치 안 보면서 자기 하고 싶은 일 하려면 남의 돈 받지 말고 자기 돈으로 연구 해야 합니다. 원래 과학은 부국강병의 수단이 아니라, 갑부들이나 향유할 수 있는 고급 문화 입니다.
Commented by Colus at 2008/07/18 18:45
요즘 기술기업들에게 R&D는 특허전쟁에서 실탄 충전용?이기도 합니다. ^^; 특허로 직접 이익내기는 어렵지만, 반면 걸리면 한방에 상대기업들을 죽여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살려면 상호파괴가 가능하도록 써먹을만한 특허를 가져야 하니, R&D를 안 할 수 없게 된 측면이 있습니다. 중국기업들이라면 별개지만, 최소한 미국시장에서는 많이 곤란하죠. 소비자 친화적으로 하려면 힘드니, 기업 레벨에서는 특허전쟁을 통해서 경영진, 연구진, 법무팀 모두 먹고 살게 되었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쿨럭;;;;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7/19 08:37
하지만 결론은 언제나 마켓쉐어 1등이 가장 많은 특허가 있기 마련. 2,3등들은 전부 1등의 특허를 참조하고 배껴서 만든 특허일뿐. OTL;;;
Commented by Ha-1 at 2008/07/19 12:05
예전에 IBM 이 실적이 거시기하다 싶을 때마다 자체 법무팀이 가방 들고 세계 순방 함 하고 나면 손실이 다 메꿔졌다는 전설의 이야기가....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7/19 13:20
IBM의 이야기는 유명하기는 하지요^^;; 실제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Commented by 누렁별 at 2008/07/19 19:15
그래서 업자들은 크로스 카운터!...가 아니고 크로스 라이센스로 끼리끼리 오손도손 지내지 않습니까 -_-;
Commented by monsa at 2008/07/21 01:27
크로스 라이센스 보다는 비공개로 처리되는 딜들도 많습니다. 특허 침해 했다고 해서 장사 못하게 하지는 않더군요.
Commented by 나츠메 at 2008/07/20 01:22
아나 내 세금......,,


으로 낸게 뭐가 있더라????? -_-;;;
Commented by monsa at 2008/07/21 01:25
기업처럼 상어떼들 판치는데 지원하면, 그 기업들이 망가집니다. 뭔가 하려면 그나마 r&d 에 투자하는게 자위도 되고 좋지요.

소위 기업에 주는 눈먼 정부돈 받아 먹고 잘된 기업 본적 없습니다.
Commented by sprinter at 2008/07/21 09:01
기업에 대한 R&D 투자는 당해년도에 반짝 효과가 있고 2~3년이 지나면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부분 이걸 '보조금'으로 인식한다는 증거겠지요. 확실히 눈먼 정부돈 받아먹고 잘 되는 기업은 없는것 같기는 한데, R&D도 결국은 눈먼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monsa at 2008/07/21 23:34
어차피 효과가 없으면 자위라도 되는 국책 r&d 가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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