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와 왜 깨지는가?

2차 북핵 위기를 돌아보며


뻘 제목이기는 한데...

아는 형이 여자친구와 깨진 스토리가 재미있다.

그 형이 여자친구랑 같이 있을때, 전화가 왔는데, 아마 직장 동료였는지 고객이었는지... 어쨌든 저쪽의 잘못으로 크게 말다툼이 생겨서 전화로 목소리를 꽤 높였다.

그리고 여친이랑 깨졌다.-_-;;; 아니 여친에게 소리 높인 것도 아닌데 왜?

여친 말로는 '이 사람에게 언젠가 내가 잘못했을때 나에게도 이렇게 대할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불안해 졌다고 한다.


지난 10년간 남한의 평화를 해치는 존재가 '북한'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이유를 '정부의 조작'으로 해석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근본적으로 미국이 아프간 - 이라크 에서 벌인 전쟁에서 그 기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들에게는 얼마든지 그것이 '위험'하게 보일수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기사까지 보고나면 좀...

'미국이 원하면 막을수 없다'는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그래도 한발이라도 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가 적절한 판단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TCOG를 깬 책임이 순수하게 남한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노무현 정부가 지혜롭지 못했던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심리가 움직이는 방식은, 전혀 관계없이 말한 호통이 옆에 있는 여친을 불안하게도 하는 것이다. 미국이 그걸 다스릴 생각이 없었거나, 또는 다스릴수 없었던 것도 사실 아니겠는가.

또한 sonnet님의 논의의 기반에 깔려있는 중요한 전제는 미국이 북한 문제에 거의 관심이 없다는 것인데, 이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당시에 남한의 '보수'와 '진보' 모두가 그걸 믿는 케이스가 있었나? 보수든 진보든 미국이 북한에 '적대적'이거나 또는 '관계개선에 관심이 있다'의 양자중 하나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없었다. 진보쪽에서 '통미북남을 미국이 받아들였다'라고 믿는 경우는 있어도, 미국이 '관심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런 곳에서 '사실은 미국의 강경 발언은 뺑끼고, 사실은 북한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다!'라는 말을 믿어야 한다고 말하면, 글쎄...^^;;; 정부는 몰라도 과연 '일반인'들이 믿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이건 햇볕 정책과 관계 없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아마도 '전쟁도 불사해야 하나'와 '그래도 전쟁은 싫다' 사이에서 고민하지 '이건 미국의 뻥카다 아니다'를 놓고 고민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로는 다들 쿨게이 스러워서 뻥카냐 아니냐를 따지고 논쟁중이었다면 그저 꼬리를 마는 수 밖에 없겠지만. ㄲㄲㄲ.

설령 노무현 정부가 윤영관씨의 말을 최대한 수용했다고 해보자. 이 경우 남한 정부는 미국에서 '강경 입장' '강경발언'이 나올때마다 '전쟁은 없어염. 실제는 뻥카에염'이라고 국민을 설득하고 다니는 것이 미국과 협조하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는 전쟁을 각오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미국과 협조하는 것인가? 침묵하는게 나았을까? 과연 그런 경우 발생할 지지세력의 이탈이나 정치적 흔들림을 노무현 정부가 견딜수 있었을까? 노무현 정부는 진보에서조차 '주류'가 아니었으며, 그런 딜레마적 상황에서 줄타기를 하는데 재능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것을 우리가 고려한다면, 신경이 굵어야 한다는 것은 소국으로서 갖춰야 할 능력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줄 뿐이다.

보수 정부가 당시에 있었다면 진지하게 '전쟁 불사'를 생각하는, 또는 전쟁으로 가는 길을 그냥 달리는 정권이 있어서 미국에게 도움이 되을지도 모르겠다. 또라이 남한을 미국이 말리는 구도가 더 나았을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쪽이든 '미국의 전쟁위협(이라는 뻥카)에 대한 굵은 신경'이라는 관점에는 도달하기 어렵다고 본다.


외교 격언인지 군사 격언인지 기억이 안나지만, 그들의 말보다 그들이 가능한 것을 더 중시하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 문제는 사실 남한의 국민들에서 북한의 위협의 중요성이 감소하고 미국의 위협이 대한 우려가 증가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남한을 군사적으로 이기기는 어렵다 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점점 낮게 보게 되고, 따라서 과거처럼 모든게 북한의 문제다, 라고는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옳고 그름을 따지자는게 아니라, 그런 케이스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할 뿐이다.) 반대로 미국은 아프간 - 이라크에서 보듯이 '하자고 맘먹으면 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자, 남한은 생각한다. 미국이 언젠가는 북한문제에 대해서도 그렇게 할수 있겠구나... 라고. 물론 미국은 도대체 내가 너한테 뭘 잘못한거냐, 라고 따지겠지만, 어쩌겠는가? 사람이라는게 생겨먹은게 원래 그런 것을.-_-;;;

북한에 대한 남한 국민의 태도가 '강화'된 것에는 북한의 손발이 그렇게 까지 길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주효했다. 그런데 미국에 대해서는 그들의 손발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걸 보여줄 방법이 없다. '미국이 원하면 할 수 있다'라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아니까. 물론 또 '실제 과정'에 들어가면 전혀 다를수도 있으며, 남한 국민들의 신경이 94년과 다르게(당시의 사재기 열풍을 생각하면...) 매우 굵을수도 있다. 굵기를 기대해 보는 수 밖에 없는건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설득 능력이 진짜로 필요한 시기다. 농담이 아니라...-_-;;;

덧글

  • nishi 2009/06/22 11:50 # 답글

    김대중같은 대인배가 한번 더 나와주길 바랄.... 수는 없겠죠;''

    암튼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게 참 힘든 건데 말입니다. 오바마와 부시는 얼마나 다를지....
  • sprinter 2009/06/22 11:51 #

    노무현하고 이명박이 서로 바뀌기만 했어도 훨 나았을거라는 생각을. ㄲㄲㄲ.

    DJ의 중요한 점은 대인배라는 것 뿐만 아니라 그가 개혁세력의 적자라는 것이 중요하죠. DJ가 미국하고 협조 운운하면 '배신자'라고 한소리 할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 nishi 2009/06/22 11:59 # 답글

    암튼 여친이야 깨지면 다시 다른 사람이랑 사귀면 되지만 북한을 옆에두고 외교 물타기는 ㄷㄷㄷ......

    sonnet님이 말씀하신 '강한 신경줄'이 강제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인간의 한계라는 게....;;

    참 이 파란많은 반도의 땅은 하드코어 난이도가 틀림없다 생각됩니다. 이렇게까지 버티는 것도..-_-;
  • sprinter 2009/06/22 12:02 #

    당시 노무현 정부가 하드코어한 신경줄을 잡는 라인으로 갔다고 해서 그걸 견딜수 있었을것 같지는 않다는게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특히나 그 이전의 대북 특검을 같이 엮어서 생각해 보면, 양쪽에 동시에 밉보이기 딱 좋았겠죠.
  • nishi 2009/06/22 12:08 # 답글

    대북 특검은 꼭 필요한 작업이었을까요? 그 일로 보수쪽에서 좋은 소리라도 들었을지... 혹은 좋은 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그게 얼마나 갔을지..-_-; 예전 진보진영에서도 좋은 소리 못 듣고.. 노무현 지지자들은 좋아했을지;

    특검이 없었더라면... 이런 변수는 뒤의 1차 핵실험이나 전 정권 말기의 방북 시기랑도 얼마나 관계가 있었을까요.
  • FELIX 2009/06/22 12:48 #

    도덕적 결벽증의 한 증상이었지요. 심지어 국정원의 일반적인 사찰방식도 문제삼았다가 욕 좀 먹었지요.

  • 갈매기 2009/06/22 12:51 #

    넘어가면 명색이 '도덕성'으로 집권한 정권이 정권 초장부터 '서로 봐주기'를 할 수 있냐는 정신적 압박에 시달렸을 것 같긴 합니다.
  • 갈매기 2009/06/22 12:51 #

    아니, 서로 봐주기라기 보다도 '국민의 의혹을 넘어갈 수 있는가'하는 것이 더 알맞겠죠.
  • nishi 2009/06/22 12:54 #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고..-_-;
  • sprinter 2009/06/22 12:56 #

    지지세력의 유지라는 점에서는 안하는게 최선이었겠죠.
  • sonnet 2009/06/22 12:53 # 답글

    어떻게 하든 점수 좀 따고 미국에게 영향력을 넓혀 보려고 이라크 파병도 했는데, 그건 또 지지자들이 죽어라 반대를 했지요. 하여간 저는 "테이블에 모든 선택이 올라 있다" 같은 추상적인 표현에 동의했다고 해서 이라크 파병처럼 반대여론이 결집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sprinter 2009/06/22 12:56 #

    그 추상적 표현이 어느정도 재 생산 되느냐의 문제겠죠. 재 생산을 최대한 막으려면 대 언론/국민용 발언에서 최대한 말을 빙빙 돌리면서 '애매'하게 굴었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극단적인 문제는 없을거라는 믿음을 줘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쉬운건 아니라는건 아시지 않습니까?^^ 노무현 정부에게 그런 세련된 말돌리기 기법이 있었을거 같지는 않아요. 그 점에 있어서는 지금의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고....
  • sonnet 2009/06/22 13:02 #

    그 때 "테이블에 모든 선택"을 빼는 대신 "추가적 조치를 검토"가 들어갔거든요. 사실 나름 미묘한 면이 있습니다.
  • sprinter 2009/06/22 13:10 #

    확실히 미묘하기는 미묘하군요. ㄲㄲㄲ.
  • Freely 2009/06/22 19:53 #

    지지자들의 반대는 어차피 가는거 최대한 줄여서 보내고 싶어서 그랬던거 같던데요 __);;
  • Freely 2009/06/22 19:54 # 답글

    제 기억상엔 1차 핵실험 이후에 미국이 취했던 일련의 군사적 행동과 제약적 폭격이야기까지 나왔던거 같은데요 ;;
    그나미 이라크를 깟기에 북한 문제가 군사적 대결까지 가지않았나 싶었는데 그게 또 아닌가 보군요 -_-;;
  • sprinter 2009/06/22 19:59 #

    어디까지나 '지금 보기에' 그렇다는 거죠. 지금 보기에. 그때 당시 남한이 그렇게 문제를 '쿨'하게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 Freely 2009/06/23 00:27 # 답글

    음 제 생각도 동의합니다. 무려 일본에 항모 짱박아놓고 B-2 하와이에 옴겨놓고 대규모 군사훈련이 태평양에서 진행되었죠. 당시 호주와 일본이 참여했고.

    당시 조중동에선 연일 전쟁 날꺼라고 쏴댔던 기억도 --;;
  • sprinter 2009/06/23 08:51 #

    결국은 조중동도 이 문제에 있어서는 개새끼에 가까운거죠. 제 의도는 보수 - 진보 양쪽다 sonnet님의 프레임을 수용한 케이스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전달이 충분히 되었나 모르겠네요.
  • H-Modeler 2009/06/23 16:03 # 삭제 답글

    차라리 또라이 남한을 미국이 말리는 형국이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_-
    또라이인 척이라도 하면서 미국에 엥겨붙는 민폐형 츤데레짓[............]이라도 잘 하면 그나마 입지는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한국: "캐리어는 됐으니 오하이오 보내주센!!![...]"

    미국: "니마 자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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