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바뀌었다.

나는 대북정책에 있어서 햇볕 정책을 지지했고, 현재도 그 '지지' 자체를 완전히 접은건 아니지만(여전히 좀 더 큰 틀에서의 '수단'으로서는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정책들이 말이 안된다, 혹은 국민에게 말이 안된다는 형태로 비쳐지고 있다고는 할수 없다고 생각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런것

아 김정일 장군님 - 햇볕정책(+정경분리) - 상호주의 - 억제 - (소규모 무력 교환 - 전쟁)

정도의 스펙트럼이 있다고 하면, (이건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건 아닐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왼쪽 끝과 오른쪽 끝을 뺀 스펙트럼, 즉 햇볕정책 - 상호주의 - 억제 정도는 사실 다 수용할만한 컨셉인 것이다. 사실은 이 수단들은 상호 배타적인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비율의 차이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볼때, 지난 정권에서는 햇볕정책(+정경분리)를 주장하는 세력이 청와대에 앉아 있었고, 나름 국민적인 공감대도 있었다. 이때는 상호주의 - 억제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저 정권에 있는 사람들과 국민들을 설득해야 했다. 그리고 최소한 당시에는 국민들은 햇볕정책쪽을 지지했었다.

반대로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서, 상호주의에 더해서 이제 억제정책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청와대에 앉아 있고, 그것이 국민의 공감대를 얻고 있으며, 햇볕정책을 하는 사람들이 본인들의 가치를 '입증'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어떤 정책 두개가 있다면, 이 둘이 동시에 약점을 가진다면 (여전히 상호주의든 억제든 미래에 대한 어떤 비전이 딱히 없는건 사실이니까.) 당연히 정권 잡은 사람 맘이 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권을 빼앗긴 상태에서는, 더이상 '상대방에게 약점이 있다'는 네거티브로는 정책을 밀어 부치는데 한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우리가 정권을 잡았을때는 저쪽이 밀어부치는데 한계가 뚜렷했다.

햇볕정책은, 이제 본인의 약점을 좀 더 보강해서 그 담론을 포지티브하게 변신해야 할 타이밍이 왔다고 생각한다. 과거처럼 상대 정책에 대한 네거티브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현재 상황에서 의견을 관철 시킬 기회는 없다. '니들은 약점 없냐' 는 이야기에 일단 답을 해두지 않으면,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고 있는 동안은 아마 이쪽의 정책을 관철 시킬 기회는 없을 것이다.

물론, 다시 정권 바뀌면 사실 지금처럼 해도 안될건 없다. 어쨌든 민주주의는 5년 임기를 보장하니까. 하지만 이건 반대쪽에게도 마찬가지라서, 우리가 현 상황에서도 무언가를 관철시킬 생각이 있다면, 접근 방식을 좀 더 바꿔야 한다고 본다. 공세의 권한은, 지금은 명백히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에게 있다.


한줄요약 : 루저의 전략과 위너의 전략은 다르고, 달라야 한다. 암...

덧글

  • nishi 2010/05/24 20:12 # 답글

    포스팅의 내용과 직접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넷상의 여러 글들을 볼 때 남북화합을 강조하는
    쪽은 (최근 도올의 글도 그렇고) 북한에게 막연하게 잘 대해주면 상호에게 이익이 된다는 전제를
    기본적으로 깔고 있는 듯 하더군요. 하지만 sonnet님 등 여러 분들의 글들을 볼 때 북한이 그렇게
    input에 따른 output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그리고 종잡을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대책, 혹은 컨트롤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내용은 그다지 없는 것 같더라구요. 물론 나름대로들 생각이 있겠지만... 어필이
    와닿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 아빠A 2010/05/24 20:17 #

    그 전략이 나름 와닿는 사람도 적지는 않습니다^^;; 아니라면 정권을 잡고 그걸 10년 가까이 유지시키는게 실패했겠지요.

    input에 따른 output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적절한 지적이지만, 그러나 그럼 무슨 수로 상황을 반전 시킬거냐, 라는 것에 대해서 사실 햇볕정책의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도 사실 뾰족한 답이 있지는 않습니다.(답이 있었다면 햇볕 정책같은 것은 나와보지도 못하도 망했을 겁니다.) 중국이 손을 떼지 않는 이상은 사실 대북 제재의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에, 압박이나 억제의 효과도 기대한 만큼은 아닐 가망성이 높죠.

    문제는 어차피 둘다 완전하지는 않다고 생각해 보면, 결국은 정권잡은 사람 맘대로... 라는 거죠.
  • lime 2010/05/24 21:47 # 삭제 답글

    아래는 22일날 동아일보에서 나온 여론조사 인데,
    2일 만에 얼마나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님 글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햇볕정책을 주장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상황은 아닙니다.

    [향후 조치와 관련해 천안함 공격에 상응하는 군사적 대응을 하는 데는 다수가 고개를 저었다. 군사적 대응에 찬성한다는 답변도 30.7%에 달했지만 반대한다는 의견이 59.3%로 두 배가량 더 많았다.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은 천안함 사건으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지나치게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는 셈이다.

    개성공단 철수까지 포함한 남북경협 전면 중단에 대해선 찬반이 각각 46.1%, 42.8%로 큰 차이가 없었다. 개성공단 철수가 초래할 경제적 피해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남북경협 전면 중단이 지나친 남북관계 경색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국민이 10명 중 4명 이상은 되는 것이다.]

    http://news.donga.com/Politics/3/00/20100522/28519272/1

    그런데 여론조사는 이렇게 나오더라도 정작 평화나 긴장감 완화에 반대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대북정책 자체가 정책을 시행 하는 것에 있어서나 정치세력을 평가 하는 것에 있어서 추동력을 갖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님 말씀대로 결국 정권 잡은 사람 마음대로 인 것 같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가타부타 하는 건 효용성도 없고, 시간낭비처럼 느껴져서 별로 언급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그럼에도, 한마디 하자면..저는 햇볕정책 이외에 대북정책에 있어 한나라당이나 보수언론이 ‘정책’이라고 내놓는 것을 아직 보지 못 했습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할 수 있는 제재수단이란 것이 과거정부에서 쌓아놓은 관계를 끊는 것 말고 있나요?
    적대감을 이용한 단절이외에 무대책을 저는 정책이라고 보지 않아요.


  • 아빠A 2010/05/24 21:50 #

    당연히 국민들은 군사적 대응에 대해서는 좋아하지도 않고, 그래서 저 위에서 군사적 대응과 같은 극단적인 것들을 배제했습니다.

    그리고 경협 전면 중단에 대해서는 저런 의견이지만, 점진적 감소 정도로 질문을 순화해서 물어보면 아마 저 비율이 바뀔 겁니다. 저런 극단적인 질문에 대해서 팽팽하다면 사실 그게 아찔한거라고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