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국가

국가 운영이란 얼마나 어려운가?

DJ가 IMF 이후의 경제 모델로 밀었던 것은, 어쨌든 (벤처) 창업국가였다. 새로운 기업들이 꾸준히 창업이 되면 그 기업들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벌에 대해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든 것. 그렇게 생각했는데...

결국은 기대만큼 잘 되지는 않았다. 정부가 매칭펀드의 형태로 많은 돈을 때려박았으나, 상당수의 돈은 버블에 쓸려내려갔고...

물론 그런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했던 것도 있기는 했으나, 미국처럼 벤처 세웠다 망했다 키웠다 팔았다 이런식으로 스토리가 흘러가지는 않더라고...

그러다 보니 다시 재벌이 뭘 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바...

가카는 재벌이 뭘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환율을 비롯하여 다양한 환경적 요소를 재벌에게 유리하게 해줬다. 적하효과를 기대하면서. 나 역시 적하효과를 기대했는데,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기업들은 정부가 직접 엉덩이를 걷어찰때까지 돈을 풀지 않더라고. 이건 전형적인 통화팽창 정책이 실패하는 모습이 아니더냨 ㅋㅋㅋ.

결국은 이제까지 실험으로 증명된건...

1. 재벌은 결국 국가가 원하는대로 움직이지는 않더라. 더이상. 정치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면 줄어들 수록, 더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사실 이게 잘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무려 70년대부터 나온 이야기다.
2. 창업국가가 되기에는 아직 부족하더라.

정도.


그래도 결국은 미국식 창업국가로 갈 수 밖에 없고, 정부는 룰에 대한 감시를 철저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되, 패자에 대해서 국가적인 관용을 베푸는 구조 (기업이나 개인이 아니라...) 로 갈 수 밖에 없지 않나 싶은데... 아니면 대기업이 국가와 혼연일체가 되어 기업 = 국가 = 아버지의 가부장 구조를 완전히 완성하는 수도 있다. FF VII의 신라컴퍼니 같은 구조라고 해야 할지. 아니 사실 서구에도 그런 국가들이 종종 있다. 당장 이케아나 발렌베리 같은 기업들이 '황금주' 제도와 같은 정부의 지원이 없이 그런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건 아닐테니까.

그래서 갑자기 생각나는 곁가지 질문.

건희횽에게 1주당 1000개의 의결권을 가지는 주식을 주고 대신 국가에게 봉사하도록 시키자는 주장이 한때 진보진영에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창업국가(아마도 미국식) 대신에 이걸 선택하자는 이야기에 동의하시는 분?

참고로 저는 취향에 맞지 아니하여 땡.

한국을 '작은 국가'라고 생각하면, 창업국가따위 집어 치우고 저런 식으로 혼연일체가 되는 가부장 국가로 갈 수 도 있겠죠. 또한 한국은 단일민족 국가에 가까우므로, 저런 류의 선택이 아직은 가망성에 남아 있습니다. 양키제국처럼 수십개의 민족이 모여사는 거대한 시장에서 저런걸 하는건 무리겠지만 말이죠. 제 취향에는 맞지 않지만 그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으니까... 저는 여전히 DJ 시절부터 시작한 창업국가적 비전이 더 맘에 들지만, 그것이 얼마든지 맞지 않을 수도 있죠.

그냥 이것 저것 생각나는대로 적어봤습니다.

덧글

  • asianote 2011/12/07 14:29 # 답글

    도이치 같은 중견기업 국가모델은 어떻습니까? 도이치는 중견기업들이 힘을 쓰는 나라잖아요.
  • 아빠A 2011/12/07 14:35 #

    중견기업은 하늘에서 떨어지는게 아니니까요. 누군가가 커서 중견기업이 되는거죠.
  • 성큼이 2011/12/07 14:30 # 답글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등 의식이 강해서 힘들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도 별로라고 생각되구요
  • 아빠A 2011/12/07 14:37 #

    머, 평등의식의 종류도 다양한지라, 어떤 종류의 평등의식이냐의 문제도 있고....
  • Nepher 2011/12/07 14:32 # 답글

    저는 1번과 같은 의미로 적하효과 노리기나, 또는 법인세를 인하해 주면 된다는 식의 생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실 기업에게 있어 제도는 그냥 제반요건이라고 생각하고요. 그게 있든 없든, 오너가 국가에 봉사할 생각이 없는데 국 가가 그걸 뭐 헌법에다 규정을 하겠습니까, 어쩌겠습니까. 막연히 '해 주겠지' 또는 '하길 바래야지'라고 저질렀는데 현시창이죠. 구태여 아버지에 비유한다면, 이 경우 아버지는 그다지 아버지 노릇을 못 할 가망이 클 겁니다.

    문제는 2번인데... 이건 진짜 곤란하죠. 창업이라는 건 근본 불확실성에 대한 배팅이라고 생각합니다만,이게 진짜 돈이 되긴 하는가를 대강이라도 검증하기도 어렵고, 또 이런 모델은 사실 '앞에 있는 놈들이 어느 정도 죽어줘야' 말이 되는 성격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공정위가 신라면 블랙같은 거 말고 자기 일이나 똑바로 해도 어느 정도 공간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ㅠㅠ 아니면 새로운 버블을 만들어내든가;; 창업이고 뭐고 다 좋은데 '뭘 어떻게 창업해야 되느냐' 라는 차원에서 '원자폭탄 닭꼬치'가 될지, '다음'이 될지는 who knows..
  • 아빠A 2011/12/07 14:37 #

    그런 불확실성을 복지로 커버하자, 라는게 사실 스토리 라인의 핵심이기는 한데, 한국은 규모가 작아서 그런 불확실성을 견딜만한 능력이 없을지도 모르지요. -_-;;; 사실 이것도 who knows?
  • Ha-1 2011/12/07 14:47 # 답글

    제목에서 이스라엘이 떠올랐습...

    이스라엘은 군대가 벤처창업의 모태가 되는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는데 이것은 이스라엘 군이 '실제로' 전투 경험을 갖는 군대이기 때문이라더군요. 똑같이 징병제여도 우리나라같이 입으로만 전쟁하는 도제군이 아니라..
  • 아빠A 2011/12/07 14:52 #

    오오 그런게 또 있군요. 결국은 어딘가(특히 전쟁...)에서 검증된 인력과 기술이 있기 때문?^^:;
  • Ha-1 2011/12/07 14:48 # 답글

    한국 시장은 가부장국가가 되기엔 너무 크고 경쟁을 하기엔 너무 작은 사이즈라... 인구가 핀란드 규모가 되고 전국민이 중국어를 쓰게 되면 가능할지도요
  • 아빠A 2011/12/07 14:49 #

    그러면 또 그 중간에 있는 애매모호한 모델을 만들어 내든지, 아니면 모두 영어를 쓰든지...
  • 오그드루 자하드 2011/12/07 18:11 # 답글

    뭐 어디든 완벽하게 돌아가는 모델이 있겠습니까. 미국이 벤처 창업국가라고 해도, 2000년 닷컴 버블도 창업에 때려박은 돈을 화려하게 쓸고 내려갔었지요. 나중에는 닷컴 버블을 다룬 카드게임까지 나올 지경이었다는 -_-;;; http://www.divedice.com/review/content.php?tid=rev&mode=view&n=106&p=5&q=22&rc=%C4%AB%B5%E5&act=search
  • 아빠A 2011/12/07 18:29 #

    아아 번레이트. 추억의 게임이군여 ㅋㅋㅋ.
  • 오그드루 자하드 2011/12/07 18:15 # 답글

    그러고보면 얼마 전에는 무려 오황상이 밀어주었던 태양광 패널 생산업체인 솔린드린이 망하면서 그린 버블 논란이 일었고, 페이스북이니 트위터니 하는 SNS 서비스의 성공도 제2의 닷컴버블 아니냐는 얘기가 간혹 흘러나오는 중입니다. 그러니 뭐, 어디든 천국은 없다능. 그렇다능.
  • 아빠A 2011/12/07 18:31 #

    태양광은 IT 버블만큼의 가치도 없었다는 점에서 진짜로 삽질이었죠. ㅋㅋㅋ.
  • 행인1 2011/12/07 23:43 # 답글

    미국식 창업국가로 가자니 '룰'과 '감시'가 제대로 될지가 문제고(금융사들과 친목질에 여념이 없는 '금융당국'...;;;) 그렇다고 대기업과 '딜'을 하자는건 대기업들이 싫어할듯.(**경제신문과 자유기업원 등을 필두로 '국민을 먹여살리는데 이게 뭐냐고 대사자후를 토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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